여느 비평에서 늘 보아온 구절 _ 사랑에 대한 단상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매년 봄엔 부모님과 경주벚꽃축제를 갔다.
벚꽃은 순식간에 떨어지지만 분명 슬로우모션처럼 동공 앞을 스쳐가는 잎 하나가 있곤 했다.
일상을 비일상으로 표현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성실히 이어주길 바라게되는 연출. <너의 이름은> 이전 그의 감수성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가 비현실적인 연출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보기 좋게 깨뜨린 영화. 현실적인 비일상. 일상적인 비현실.
재연함으로써 전복한다. 일상으로 여긴 보잘 것 없는 풍경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1화의 품위가 대단하다. 감정의 원형을 본 느낌.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흘러가는 3화, 기차가 흘러간 후 그녀가 서 있을까, 서 있지 않을까, 서 있을까, 서 있지 않을까, 무수히 많은 생각의 속도처럼 벚꽃이 초속 5센티미터로 흩날린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은 시작과 끝이 완연히 다르다.
그와 그녀의 나레이션이 매우 좋다.
"모든 시간이 악의를 품고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3천번의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1미터도 가까워지지 않았어요."
"왜 타나카에게 고백할 수 없었는지 알았다. 그는 항상 멀리 보기 때문이다. 그는 나 너머의 먼 곳을 보고 있었다."
"파도 위에 서는 것에 성공한 오늘이 아니면 그에게 고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날, 그밤, 그와 그녀가 편지를 서로에게 주었다면 무엇인가 달라졌을까?
무한한 애틋함을 느끼지만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결말이 아닌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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